
이유식이나 아기 요거트 성분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카라기난(Carrageenan)'이라는 단어에서 멈춘 적 있으신가요?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유래 성분이라고 하는데, 검색해 보면 "장 염증 유발" 같은 자극적인 글도 나와서 혼란스러운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영아용 조제식(분유)에 카라기난 사용을 권고하지 않으며, 이 입장은 영유아 식품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성인 기준으로는 승인된 첨가물이지만, 영유아는 다른 시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카라기난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카라기난은 홍조류(붉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 계열의 식품첨가물입니다. 크게 람다·카파·이오타 세 종류로 나뉘며, 식품에서는 점도를 높이고 재료를 균일하게 섞이게 하는 안정제·증점제 역할을 합니다. 아기 이유식·요거트·두유·아이스크림·가공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에 쓰입니다.
한국 식품공전(식약처)은 카라기난을 식품첨가물로 허용하고 있으며, 성인 대상 일반 가공식품에는 사용량 제한 없이(잔류량 기준 적용)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점만 보면 "허용된 안전한 성분"이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EFSA는 영아 분유에서 카라기난을 왜 제외했나요?
2018년 EFSA(유럽식품안전청)는 영아용 조제식 및 영아용 특수 의료용 식품에 카라기난을 사용하는 것에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FSA의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물 실험 데이터: 일부 동물 연구에서 미성숙한 장 점막에 카라기난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호가 관찰되었습니다.
- 영아 장 미성숙: 생후 초기 영아의 장 점막과 장내 미생물 환경은 성인과 매우 다르며, 동일 성분이라도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데이터 부족: 영아 대상의 충분한 인체 안전성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EU는 영아용 조제분유 및 특수 의료 식품에서 카라기난을 성분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위험하다고 증명됐다"기보다 "안전하다고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예방 원칙에 기반한 결정입니다. 미국 FDA는 현재 성인 식품에서 카라기난을 GRAS(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 지위로 허용하고 있으나, 영아용 조제식 관련 규정은 EU와 다릅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이유식·분유에는 카라기난이 들어 있나요?
한국 식약처는 영·유아용 식품에 대해 카라기난 사용을 별도로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중 일부 이유식 파우치, 아기 요거트, 유아용 음료에 카라기난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성분표에서 '카라기난', '카라기닌', 'E407'이라고 표기된 경우 동일 성분입니다.
| 제품군 | 카라기난 포함 가능성 | 확인 팁 |
|---|---|---|
| 영아용 조제분유(0~12개월) | 낮음 (국내 주요 브랜드 대부분 미사용) | 성분표 끝부분 증점제 항목 확인 |
| 파우치 이유식(6개월~) | 중간 | '안정제', '증점제' 옆 괄호 표기 확인 |
| 아기 요거트·유아용 음료 | 중간~높음 | 카라기난/E407 직접 검색 |
| 유아용 푸딩·젤리류 | 높음 | 젤화제 항목에 자주 등장 |

영유아에게 카라기난이 든 식품, 어떻게 판단하면 될까요?
영유아 식품에서 카라기난을 어떻게 바라볼지, 아래 기준을 참고하세요.
- 0~12개월 영아(분유·이유식 초기): EFSA 권고에 따라, 이 시기에는 카라기난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성분표에서 카라기난·카라기닌·E407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 12개월 이상 유아: 아직 명확한 "유아 안전 기준량"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식이 아닌 간식류에 소량 포함된 경우라면 기관마다 평가가 갈리며, 지나치게 자주 섭취하지 않는 선에서 부모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 대체 성분 확인: 카라기난 대신 구아검, 로커스트빈검, 펙틴, 타피오카전분 등을 안정제로 사용한 제품도 시중에 많습니다. 성분표를 비교해 보세요.
- 알레르기·소화 예민 아이: 카라기난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게 보고됩니다. 장이 예민하거나 알레르기 이력이 있는 아이라면 소아청소년과 상담 후 결정하세요.

카라기난 없는 제품, 어떻게 고르나요?
성분표를 볼 때 '증점제', '안정제', '젤화제' 항목에 집중하세요. 이 뒤에 괄호로 구체적인 성분명이 표기되는데, 카라기난이 없다면 구아검·펙틴·한천·전분 등이 대신 나타납니다. 제품 포장에 "카라기난 무첨가"라고 적힌 제품도 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국내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에서 영유아 이유식 필터를 걸고 성분표를 비교하거나, 브랜드 고객센터에 카라기난 사용 여부를 직접 문의하는 방법도 실용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라기난은 천연 성분인데 왜 주의해야 하나요? A. '천연 유래'와 '영유아에게 안전함'은 별개입니다. 카라기난은 해조류에서 추출하지만, EFSA는 영아의 미성숙한 장에 대한 영향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아용 조제식에서 제외했습니다. 천연 성분이라도 영유아 기준으로 별도 평가가 필요합니다.
Q. 아기 요거트에 카라기난이 조금 들어있는데 먹여도 되나요? A. 12개월 이상 유아에게 간식으로 소량 섭취하는 경우라면, 현재까지 '반드시 위험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주식처럼 매일 다량 섭취하는 상황이라면 카라기난이 없는 대안 제품을 찾아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Q. 성분표에 'E407'이라고 적혀 있으면 카라기난인가요? A. 네, E407은 카라기난의 EU 식품첨가물 번호입니다. 수입 제품이나 일부 국내 제품에서 이 표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E407a는 반정제 카라기난(PES)으로 동일 계열입니다.
Q. 카라기난 대신 어떤 증점제가 더 나은 선택인가요? A. 펙틴(과일 유래), 구아검, 타피오카전분 등은 영유아 식품에 비교적 오래 사용되어 온 성분들입니다. 단, 어떤 성분이든 영유아에게 "이것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성분표를 보고 특이 반응 여부를 살피는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분표 한 줄이 낯설게 느껴질 때, "왜 여기 들어있지?"라고 질문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택에 가까워집니다. 카라기난은 "무조건 피해야 할 유해 성분"이 아니라, "영유아 초기 식품에서는 굳이 있을 필요가 없는 성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알레르기·소화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세요.
참고자료
- (함께 읽은 책) 「나 없이 마트 가지 마라」 — 증점제·안정제 등 마트 라벨을 읽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