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존료 무첨가'라고 적힌 제품, 유통기한이 꽤 길죠. 저는 그게 늘 이상했어요. 아무것도 안 넣었다는데 왜 안 상할까요.
답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보존료를 안 넣은 자리에서 다른 성분이 같은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식품에는 '보존료 무첨가'라고 적는 것 자체가 법으로 막혀 있기도 했고요.
이 글에서 다룰 내용
- 보존료를 안 넣고도 안 상하게 하는 방법
- '보존료 무첨가'가 아예 금지된 식품군
- 시판 '무첨가' 제품에서 실제로 확인한 성분
- 뒷면에서 볼 용도명 세 가지
보존료를 안 넣으면 어떻게 상하지 않나요?
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면 돼요. 가장 흔한 방법이 산도를 낮추는 것이고, 그 일을 하는 게 산도조절제예요.
세균과 곰팡이는 산성 환경에서 잘 못 자라요. 그래서 구연산·젖산·초산 같은 산도조절제를 넣어 pH를 낮추면, 보존료를 쓰지 않고도 비슷한 보존 효과가 나요. 김치가 익을수록 오래 가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방법은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 산도 낮추기 — 구연산·젖산·초산·발효식초
- 수분활성도 낮추기 — 당·소금·건조
- 살균 후 밀봉 — 레토르트, 무균 충전
- 저온 유통 — 냉장·냉동
- 천연 항균 소재 — 자몽종자추출물 등
그래서 '보존료 무첨가'는 거짓말이 아니에요. 보존료를 안 넣은 건 사실이니까요. 다만 '보존을 위한 성분이 하나도 없다'는 뜻으로 읽으면 어긋나요. 자리를 바꿔 앉았을 뿐인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 데이터에서도 그대로 나왔어요

저희는 식품안전나라에 품목보고된 제품 중 원재료명이 확보된 1,058,820개를 갖고 있어요. 여기서 제품명에 '무첨가'가 들어간 63개를 뽑아 원재료를 첨가물 마스터와 대조해봤어요.
가장 많이 나온 성분 순서예요.
| 순위 | 성분 | 나온 제품 수 | 역할 |
|---|---|---|---|
| 1 | 효소처리스테비아 | 16개 | 감미료 |
| 2 | 구연산 | 14개 | 산도조절제 |
| 3 | 폴리인산나트륨 | 12개 | 산도조절·조직 개선 |
| 4 | 비타민C | 10개 | 산화방지 |
| 5 | 자몽종자추출물 | 8개 | 보존 목적 |
| 5 | 염화칼슘 | 8개 | 조직 개선 |
| 7 | 젖산 | 5개 | 산도조절제 |
집계 기준: products 테이블(원재료 보유 1,058,820건, 대부분 식품안전나라 품목보고 자료) / 2026년 7월 23일 기준 / 제품명 문자열 일치
2위 구연산, 5위 자몽종자추출물, 7위 젖산. '무첨가'라고 이름 붙은 제품에서 보존과 관련된 성분이 상위권에 나란히 올라와 있어요.
절임류(단무지·오이지·피클·무쌈)가 특히 많았어요. 이 제품군은 원래 산도로 보존하는 방식이라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해요.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무첨가'라는 말이 이 성분들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한 가지 덧붙이면, 63개 중 보존료가 실제로 들어간 제품도 3개 있었어요. 제품명에 '무첨가'가 들어갔어도 앞에 붙은 단어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표시가 성립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기서 개별 제품을 지목하지는 않을게요. 다시 한번 요점은 하나예요. 앞면 네 글자로는 판단이 안 돼요.
아예 '보존료 무첨가'라고 못 쓰는 식품이 있어요

여기가 잘 안 알려진 부분이에요.
「식품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25-79호, 시행 2025년 12월 4일) 제2조제3호 나목은, 애초에 보존료를 쓸 수 없게 정해진 식품에 "보존료 무첨가"라고 적는 것을 부당한 표시로 보고 있어요.
고시가 직접 든 예시가 이거예요.
면류, 김치, 만두피, 양념육류 및 포장육에 "보존료 무첨가", "무보존료" 등의 표시
이 식품들은 원래 보존료를 못 넣게 돼 있어요. 그러니 "보존료 무첨가"라고 적는 건 당연한 걸 특별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표시가 되는 거죠. 라면 봉지나 김치 포장에서 이 문구를 보신다면, 그건 강점이 아니라 그냥 기본이에요.
같은 고시는 여기서 말하는 '보존료'가 무엇인지도 못박아 뒀어요. 데히드로초산나트륨, 소브산 및 그 염류(칼륨·칼슘), 안식향산 및 그 염류(나트륨·칼륨·칼슘), 파라옥시안식향산류(메틸·에틸), 프로피온산 및 그 염류(나트륨·칼슘)예요.
이 목록을 보시면 알겠지만 '방부제'라는 이름은 없어요. 우리 식품첨가물 공전에 '방부제'라는 분류 자체가 없거든요. 그래서 같은 고시 사목은 "무방부제"·"방부제 무첨가" 표시를 부당한 표시로 보고 있어요. 공전에 없는 이름을 앞세우면 소비자가 없는 카테고리를 상상하게 되니까요. "무MSG"·"MSG 무첨가"도 같은 이유로 막혀 있어요.
그럼 보존료가 나쁜 건가요?
아니에요.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이 그거예요.
보존료는 미생물이 자라는 걸 막아주는 성분이에요. 보존료가 없어서 상한 음식을 먹는 쪽이 훨씬 위험해요. 식중독은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고, 보존료는 그걸 막는 역할을 해요.
다만 영유아 기준에서는 조금 다르게 봐요. 보존료에도 하루섭취허용량(ADI)이 있는데, 단위가 체중 1kg당이에요. 체중 60kg 성인과 12kg인 세 살 아이가 같은 양을 먹으면 체중당 노출은 아이가 5배예요. 제품 하나로는 문제가 안 되어도 하루 동안 여러 제품이 겹치면 아이 쪽이 먼저 기준선에 가까워져요.
그래서 저희 기준은 이래요. 보존료를 피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고르는 게 목표예요.
근거는 솔직하게 적을게요
| 주장 | 근거 강도 |
|---|---|
| 산도조절제가 보존 효과를 낸다 | 강 — 미생물 생육의 pH 의존성, 식품가공 기본 원리 |
| 면류·김치·만두피 등에 "보존료 무첨가" 표시는 부당표시다 | 강 — 고시 제2025-79호 제2조제3호 나목 원문 |
| "무방부제"는 쓸 수 없는 표현이다 | 강 — 같은 고시 사목 원문 |
| '무첨가' 제품 상위 성분에 산도조절제가 있다 | 중 — 저희 자체 집계(제품명 기준 63개 표본) |
| 보존료가 든 제품은 아이에게 위험하다 | 약 — 허용량 안에서 위해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
뒷면에서 볼 용도명 세 가지

원재료명은 '용도(성분명)' 형태로 적혀 있어요. 성분 이름을 다 외울 필요 없이 용도명 세 개만 보시면 돼요.
- 산도조절제 — 구연산·젖산·초산·사과산. 보존료를 대신하는 자리에 가장 흔해요.
- 보존료 — 소브산칼륨, 안식향산나트륨, 프로피온산나트륨. 이게 적혀 있으면 '보존료 무첨가'는 성립하지 않아요.
- 산화방지제 — 비타민C(L-아스코르브산), 에리토브산나트륨. 상하는 걸 막는 게 아니라 색·맛이 변하는 걸 막아요.
그리고 앞면에서 **"무방부제"·"MSG 무첨가"**를 보신다면, 그건 표시 자체가 기준에 맞지 않는 문구예요. 그 제품 전체를 의심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앞면 문구를 얼마나 믿을지 판단하는 재료는 돼요.